슴타운더스테이지 봤는데 저엉말 노잼이더라. 거기 담긴 모든 컨텐츠의 퀄리티가 나빴다는 게 아니라 구성이 촌스럽고 위화감 느껴졌어.
가수, 스탭, 제작자 인터뷰의 방향성이 영화 끝을 향할수록 체제를 선전하는 어느 국가의 교육용 비디오처럼 느껴져 별루였다. 마치 친구따라 교회 갔다가 멍때리는 기분? ㅋㅋ
무대에서 팬들과 교감, 무대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 백스테이지에 숨겨진 노력을 보는 건 꼭 엑소 아니더라도 빛나는 삶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좋았단 말이야.
소녀그룹이 데뷔곡을 부르며 눈물 흘리는 장면이나 탬친구의 집념이 엿보이는 무대는 인상 깊었는데, 다음 순간 쨍한 미용실스타일 조명에서
슴잘난척 인터뷰하는 장면이 뒤따르자 꿈에서 깬 것 같았다. 연습생 시절과 무대 서기 전까지의 갈등, 꿈과 이상이 녹아난 최고의 무대만 편집해서 보여줬으면 좋았을걸.
어차피 타겟은 일반관객이 아니라 우린데, 잘난점 속속들이 다 아는 우리한테 또 슴 엄청나시며 대단하시며를 미주알고주알 말해줄 필요가 있나? 주식회사 스웩?
내가 너무 꼬인 걸지도 모르겠어 ㅋㅋㅋㅋㅋ 본성이 꽈배기라 그른가,
순도 높아 보이는 어떤 것을 열의를 가지고 파서, 그 안의 지짜진짜를 발견했을 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되지만,
자자자 이것 좀 보라구~ 황금과 꿀이 흐르는 슴제국의 멋짐을 보라구~ 슴뽕에 취한듯 확성기에 대고 떠들떠들하는 건 재미 없어... 아이돌팬 덕력 무시하나 싶고.
탬친구의 무대는 정말 멋졌다. 살색 파티긴 했는데, 그게 묘했다. 섹시한 거 받고, 춤추고 있을 때 몸이 저렇게 생겼구나. 신선한 의미로 충격받았다.
괴도 앨범 나왔을 무렵, 티저 컨셉만 얼추 보고 부럽따 부럽따했는데 지금 이 친구 무대했던 거 다 찾아 보는 중 ㅋㅋㅋㅋㅋㅋㅋ
웃옷 까는 퍼포도 본인은 글쎄 마초스타일 섹시어필을 원했는지 뭔지 모르겠는데, (뒤늦은)관객인 내가 봤을 때 괴도라는 안티히어로 캐릭터의 완성처럼 느껴져.
근육이 붙었어도 엄청엄청 마른 체형,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짓눌리는, 그 주변에 중력이 몰빵된 듯 무거운 안무, 돌연 풀려나 협곡 사이를 비행하듯 춤추는데 비범함이 흘러 넘쳤다.
옷 찢는 것도 어쩜 일말의 인간성을 탈피하고 유혹의 화신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보였단 말이지.
이거지, 이런 걸 2시간 틀어주면 체제 선전 완료지. 에셈 만세지. 극장에서 잠시잠깐 탬친구 팬의 마음을 상상하니까 살짝 눈물날라 했다니까?
얼마나 짜릿하고, 온 몸 온 마음이 채워진듯 기쁠까? 저래 마르고 예쁘게 태어난 친군데 엄청 큰 무대를 혼자 다 씹어먹고... 쾌감 쩔듯.
심지어 아무 것도 아닌 나조차 머리끝이 쭈뼛하더라. 뭐에 홀린 것 같지만, 저렇게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는데 잘하기까지 하는 사람은 꼭 팬 아니어도 존중해줘야 되지 않나 싶고 그래.
종인이 아니었음 저기에 홀랑 넘어갔을지 장담 못하지. 나는 워낙 변덕쟁이니까.
영화 초반에 엑소는 비 내리는 무대에서 마마를 췄어. 마마 종인이를 보고 시작하니, 아무리 쩌러주는 무대를 봐도 앗 듀근듀근 갈아타야지 마음이 생겨나지 않았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어쩌면 요즘 난 종인이를 지나치게 귀여워해. 사랑스러워하구 소중하게 여겨 어느 사이 보물'아가'라고 부르고 있어.
이전에는 보물은 보물인데 아가는 아니었거든. 처음 마음을 되짚어보면, 2012 무렵에 마마 무대를 보러댕기며 난 종인이를 쫌 어려워했어. 적어도 무대 볼 때만큼은
너무너무 대단해 보여서, 달리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애가 무엇에 '빙의'된 것만 같다고 표현할 뿐이었지. 시간이 지나며 무대 아래 곰돌 인간의 면모를 보아 마음 놓고 귀여워했으나,
어제 극장의자에 꼼짝없이 앉아 처음 그 어려움에 다시금 지배되는 걸 느꼈어. 짜릿하드라. 마마는 역시 어려워. 종인이 자신도 가장 어렵다고 말해.
염치없고 정말 미안하지만 어려운 바로 그 지점에서 좋다. 다른 어떤 무대보다 여유가 없고, 영혼 다 털리는 퍼포먼스가 따르지 않을 때 가치를 잃는 빡센 무대여서 좋다.
나 아무데도 못 가게 만드는 깊숙한 뿌리라고 할까? 드문 기회로 마마 무대를 볼 때, 종인이가 멋있어서 맘이 드드드듣ㄹㄷㄷㄷ 떨리면 정말 난 어쩔 수 없겠구나 싶어.
모든 면에서 변덕쟁이인데, 그 앞에서는 핀셋으로 고정된 변덕쟁이란 말이지. 정말 어려워. 너무 어려워요 보물님 ㅠㅠ 그래서 좋아해여. 어려워하는 마음으루요.
앞으로도 아가아가 하면서 예뻐하겠지만, 가끔 마마를 떠올리면 소름이 돋으면서 아아니 내가 보물님더러 아가라고 실례를ㅠㅠ 죄죄송합니다!
무릎 딱 꿇고 정말 정말 마니 사랑한다고 말씀드려야지. 카이님, 사랑해요 ㅠㅠㅠㅠ 대추차 말씀입니까? 먹겠습니다! 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