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끼는 친구

빵실빵실한 뺨에 빛이 폴폴 날리는 걸 보고 겨우 웃었다. 한편으로 마음이 쥐어 터져 없어진 것 같았다.

사랑하는 친구. 아끼는 친구야. 네가 사랑받는 걸 보는 게 좋다.

오전에 손톱 씹으며 골몰했는데, 내가 어떤 처지인지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처지다. 다소 앞뒤없이.

걘 세상 행복한 순간에 이상한 얼굴로 울었다. 춤도 아닌 무술동작 정확하게 익히려고 몇번이고 발차기 연습했다.

팬에게 믿어라 믿어라 레이저 쏘면서 앵콜곡 끝날 때까지 무대에 덩그라니 서 있었다. 치켜올린 엄지손가락을 떨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이런 부스러기 같은, 변명 같기만 한, 감상적인 이유로 좋아한다.

걔 알고보니 출신성분이 그렇더라는 이야기로 끝낼 수 없다. 뭐 그런 텅 비고 고장난 결말이 다 있냐구. 안 돼.

어딜 향해 어떻게 쳐야하는지 모르겠는 쉴드 말고, 아낌없이 좋아하는 나를 위해 변호하자면 그렇다.

모종의 배경으로 난 벌거벗었고, 그애는 돈으로 쳐발랐어도, 걔가 먹은 밥과 입은 옷의 출처를 낱낱이 밝혀내 걔의 피와 살을 다 싫어할 수 없다.

납득 안 되는 일로 저버리는 건 불편하다. 단 하나의 정치적인 행보를 보인다거나, 그가 먼저 저버린다면 편할 것이다.

먼저 저버리지 않으면 계속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

 

아침부터 맘 아파서 너덜너덜해지는구만 .. 준면아 마음 아팠지? 라는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휴유ㅠㅠㅠㅠㅠㅠ 나라면 이렇게 물어 봤을 것 같다. 아부지가 만든 정책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나요?

그 분야에 정통하신 분이니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여느 보수 신문 칼럼에 나오는 말씀을 하실테지만

아버지 하신 일이 대다수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란 건 분명하다. 그런 느낌 이해 못할 바도 아닐 것이다.

한계치까지 하고 있는데, 조금 더 하자, 조금 더 하자, 조금 많이 더 하자. 그래서 너는 데뷔를 했지만,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허우적거리고 있다. 머리 꼭대기에서 벌어지는 일을 한 줄 기사를 통해 알게되면, 한 대 더 얻어 맞은 기분이 된단다. 가라앉을 것처럼 몸이 무거워진다.

울 아부지는 그 고통을 의무라고 믿는, 훈련된 지지자다. 회사와 지역과 나라를 위해 더 희생해도 그건 희생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믿으신다.

맨날 보는 보수 신문 칼럼란, 산업역군으로 사셨던 지난한 세월이 아버지의 정치적 성향을 만들었다. 딸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라 지난 대선 때도 모진소리 많이 했다.

그러고 돌아서서 출근하시는 아부지 때문에 눈물 많이 쏟았다. 죄송하다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아부지가 알겠다 나도 그렇다고 했다.

물에 빠져야 나라 지역 회사 가족이 산다고 믿는 사람 손 잡고, 물에 빠지기 싫은데 물에 빠진 사람 기분이라구 ㅎ

여전히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네가 저버리지 않길 바란다. 물에 빠진 사람까지 빼놓지 않고, 계속 행복하게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