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는 오르막 중의 오르막 하늘 끝 천장!
이런 내가 이런 엑소를 좋아하는 건 어리석고 애달프다.
날 것인 마음을 바닥에 내려놓고 물끄러미 보면 열등감 비스므리하게 생겼네. 작고 빨갛고 징그럽구나.
열등감이라니, 초라함의 상징 열등감이 웬 말이야? 나랑 쫌 안 어울려.
원래 나는 그런 병 같은 마음을 오래 품지 않는 사람이었다. 주변에서 품으라 품으라 독기가 좀 있어라 해도
주는대로 툭툭 버렸다. 마이웨이였고, 내게 중요한 것들로 만든 길은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었다.
그건 지금에도 변함이 없는데, 워낙 나를 둘러싼 상황이 급경사 내리막을 타버렸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졸라 내려가.
팬블로그에야 그런 걸 쓰겠냐만은 지난 해는 참 징했다. 이십여년 간 괴로움에 면역이 없던 내 마음은 너덜~너덜~ 남아나질 않았다.
이래 본 적이 없어서 어디 가서 티도 못 내, 부짱한 나는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새삼 살 날이 무서워져 찔찔 울었다.
나는 너무 약하게 컸구나. 긴 인생에 누구나 한 번은 꾹꾹 밟히고 쥐어 뜯기기도 하고 그런 것이려니.
내 아이돌이 위로가 됐느냐 하면, 모르겠다. 아픈 건 아프고, 상처도 벌거니 그대로고. 내 아이돌은 사랑스럽고
보면서 크크 웃다가, 엎어져 그대로 늪에 빠진다. 지킬과 하이드처럼 빠순모드로는 블로그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인간모드로는 이렇게 꾸역꾸역 사는 것도 사는 것이구나 하고 살았다. 이제 좀 나아지겠지. 심약한 나를 뭐 얼마나 더 괴롭히겠어.
자, 자기 고백과 연민과 한탄의 시간은 끝났다. 너무 징징거리면 멋없다. 게다가 어젯밤은 신났다. 가온어워드 구경 갔거든!
엑소가 상 많이 탔다.
짜잔.
2가 로피시엘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날 데리고 갔다. 우리 자리는 좀 웃펐다 ㅋㅋㅋㅋ 좌석 중엔 거의 맨 앞인데 플로어석의 외쿡사람들과 한쿡사람들 그리고
앉아주는 사람 없이 앉아있는 텅 빈 의자 뭉텅이를 보자니 아쉬웠다. 쉽게 구한 표라 투자대비 만족스럽긴 했어.
엑소가 인기상 받으면서부터는 엄청 신났다. 특히 준면이에게 감동 받았다. 마음이 물렁한 나는 엑소가 상 받고서 누구보다 먼저 팬을 불러주길 바랐다.
심지어 수만아부지보다 먼저 불러주면 눈물 날 지도! 그랬는데, 준면이가 팬을 먼저 말했다. 눈물은 안 났는데 그런 기분이 들었다.
손 잡아주는 기분. 마음에 내려주는 동앗줄처럼 짧뚱투박한 흰 손 뻗어 강렬하게 잡아주는 느낌. 심장이 꿍하고 작아지며
뜨거운 것이 슈슈ㅣ 돌았다. 짜릿했다. 나는 준면이가 메뉴얼대로 하면 귀엽고, 메뉴얼대로 안 하면 섹시하드라.
귀 파괴하는 함성신공이 널 그르케 섹시하게 만들었니 ㅋㅋㅋㅋ 정말 어제의 함성은.. 그건 함성이 아니라 무공에 가까웠다.
유형질의 무언가가 귀에 닿았다니까? 구슬 모양으로 연성된 음공의 결정체! 졸라 깜짝 놀라서 귀 만졌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받으며 가수석과 시상무대를 강강수월래 할 땐 ㅋㅋㅋㅋ 그 놀라운 음공 협공 속에서 패도적인 집권 여당의 당원이 된듯 ㅋㅋㅋ
기묘한 일체감을 느꼈다. 사람이란 참 이상한 동물이지. 패도, 독재, 권위주의적인 것에 질색하면서 그런 분위기에 취하다니 ㅋㅋ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늑미 으르렁 응원할 때에 이르러선 절정이었다. 수!!!호!! 백!!!현!!! 하는데 뒤에서 누가 몽둥이 들고와서 퍽퍽 때리는 줄 ㅋㅋㅋㅋㅋㅋㅋ 함성깡패 ㅋㅋㅋㅋ
나도 입으로는 음공을 펼치며, 그런 생각을 했다. 참 팬여러분들은 뭐랄까. 가난한 엄마 같아.
뻑하면 죄가 되는 사랑을 자꾸만 자꾸만 쏟아. 가난함을 채우려 더 사랑하고 싶어해. 목소리도 짱 커.
츄러스도 먹었다. 쨘.
아이라인 이빠이 그린 종인이는 굿 한 판 쎄게 하고 온 샤먼킹 스타일로, 주술적 아름다움이 쭈르르 흘렀다.
종인이 얼굴 선명하게 보려고 가져간 망원경 초점을 애타게 맞추며 손을 드드듣ㄷㄷ드드 떨었뜸 ㅜㅜㅜ
언젠가 종인이 이름을 종인이 하고 불러도 하나도 떨리지 않는 순간이 올까?
종인이이.ㅎ 히히 하고 입꼬리가 쭉 늘어나 벙싯벙싯 웃게 되고, 마음이 떨려서 손도 떨고 그런 거 언제 끝날 예정인지. 에이 안 끝나진 않겠지?
너무 비정상적인데.
손 떨려서 망원경 렌즈 안에 그 애도 드드드 떨리고오, 마음이 새 것처럼 설레가주구 자꼬만 종인이 ㅠㅠㅠ 종이니 ㅠㅠㅠ 하고 불렀다.
예쁘다 지짜 예쁘다 수식하는 말을 하면서도 예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앞이랑 뒤에 찰떡 같이 붙는 종인이가 중요하지.
너는 어쩜 내 맘을 내 맘대로 쓰지도 못하게 하고 ㅠㅠ 새 것처럼 조심조심 쓰게 할까?
잉크 한 방울 떨굴라 마음을 사리게 하니, 보물아 ㅠㅠㅠㅠㅠㅠ 종인이가 함성 속에서 청초하게 웃꾸, 신나서 하트 발사하는데 ㅠㅠㅠ
미칭 ㅜㅜ 그 순간은 인생이 내리막이든 백두산이든 생각도 안 났다. 아까 모르겠다 그랬는데, 내 아이돌은 나한테 완전 도움 되는 듯.
너뮤우ㅠ우우유 예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김종이뉴ㅠㅠㅠㅠㅠㅠㅠ
이만시간 춤 춘 카이 다큐도 기대된다. 종인아 카이야 보물아 넌 어뜨케 그렇게 빤ㅉㅏㄱ 빤짝 빛나는 보물이 된 거야?
이만시간 동안 얼마나 갈고 닦았니.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얼마나 힘들게 컸겠어. 하 ㅜㅜㅜㅜ 결심했다. 앞으로 종인이를 볼 때
눈 더 크게 뜨고 봐야겠다. 이렇게 대충대충 건성건성 보라고 종인이가 이만시간 춤 춘 거 아니거든.
엑빠순 개체수가 너무 늘어서 징그러웠는데, 종인이 저래 좋아하는 거 보면 그걸로 됐다 싶다. 수많은 엑빠순 개체를 굽어보며
종인이가 춤 출 맛 났으면 좋겠다. 좋아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입 금 해. 한 동안 들어오라 그러는 거 안 해서 왜 안 할까, 좀 아쉬웠눈데. 해 줌 ㅜㅜㅜ
저 동작은 뭔가 인터렉티브한 망상을 불러일으켜. 내가 되게 좋아해ㅜㅜㅜㅜ 아 지짜 어제 최고로 예뻤다.
어제 포인트 중에 ㅋㅋㅋㅋ 경수 수상소감 빼놓으면 섭섭하지.
경수는 ㅋㅋㅋㅋㅋㅋㅋㅋ 배불리 먹은 동물처럼 우아아아아 ㅇ 소리쳤다.
그거 듣고 주변 초토화 ㅋㅋㅋㅋㅋ 팬심으로 활활 불 난데 부채질을 해라 경수야.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에 버금가는 표현력이었다 ㅋㅋㅋ 예술점수 퍼주고 싶은 우아아아아ㅇ였어.
독창적 귀여미.
얘네들은 요정이 될라나봐.
사진 구경하면서 새삼 느낀다. 엑소 같은 아이돌이 또 어딨냐.
화아아아아ㅏㅇ 샤ㅏ아아라ㅏㅏ라라랑 슈루루ㅜ우우우우ㅜ
나 가온 델꼬간 2 말인데, 그 친구는 부쩍 새싹 같은 아이돌 ♡의 이야기를 하는 게
영업 당할랑 말랑 하는 것 같았다. 순정순정한 나는 설마설마하며 사상검증을 해봤다.
♡ 개색기 해봐. 그러자 2는 정 없게도 ♡ㄱㅔ색기라고 했다. 사상검증엔 통과했지만 의심스럽다.
그냥 나랑 노는 게 재밌어서 새싹돌 ♡를 강서구청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쉽게도 버린 것 같다.
2가 갈아탄다고 때릴 건 아니지만 ㅋㅋㅋ 새삼 함께 팬질한지 꽤 되었구나 싶다.
2랑은 엑소 데뷔 일주일 전 스브스 공개홀 앞을 서성거리다 만났더랬다.
저기 혹시 엑소.. 라고 말 붙이며 위아원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엑소팬 레어했다. 지금 같은 흔템 아니었뜸 ㅋㅋㅋ 비록 2는 순정한 나와 달리
껍데기와 틀과 과정에 몰입하는 돌연변이 수니지만... 하나의 생명체로써 인정한다.
그래 한 명 쯤 세훈이의 얼굴과 뼈만 좋아하는 팬이 있어도, 세훈이에게 해롭진 않을 거야.
물론 난 순정순정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