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백현이가 열심히 노래 부르는 거 보면 아 예뻐 .. 예뻐 죽겠다. 백현이 목소리랑 귀여운 얼굴이랑 이모저모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날 살려준다 ㅠ
아 뭐 그렇다고 급격히 죽어가는 건 아닌데, 습기를 꽉 머금고 있는 바깥세상 나다니면 정말.......... 내가 인간인지 물풍선인지......... 터질랑 말랑 하는 걸 꿍 참는다.
오전에 편의점 털어 가는데, 힘 빠진 손이 틱 건드린 믹스 커피 상자가 우르르. 도발당한 짐승처럼 숨이 가빠지려는 걸 참꾸 하나하나 집어넣고서
계산대 계산할 것들 올려놓고 있는데, 쩌 유리 너머로 내가 타야할 마을버스 느림보굼뱅이나부늘보처럼 느릿느릿 오고있네.
근데 편의점 알바 아가씨 버스보다 더 느리게 봉지에 넣어주시구. 빨리 주세요!! 라고 말할까 생각도 했는데, 씨발 됐어........ 가라 그래
저 버스는 항상 저래 맨날 그래...... 언제나 마음에 안 들었지만 더 마음에 안 드는 점은
구청에서 새로 박은 듯한 마을버스 안내판에 이렇게 적혀 있다는 거다. 배차간격 : 10~15분. 그걸 보면서 어느 날엔 허허 거참 융통성이 넘치네 하고 웃기도 했었는데. 물풍선인 현재
아 졸라 나라에서 해논 일에 물결이 왠 말이냐고... 차라리 12.5분이라고 하면 저 숫자 사이 혼자 여유 넘치시는 물결 표시를 보면서 이렇게 짜증으로 맥이 빨리 뛰진 않을텐데.
카드랑 지갑이랑 커피 이빠이 든 비닐봉지랑 영수증이랑...... 손가락이 열 개 맞아? 혹시 다섯개 아니야? .... 얼기설기 들고.......... 챙겨넣다가 툭툭 다 떨어뜨려.
덥다................ 땀이 몸 속에도 흐르는 것 같고, 팔 위를 기어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달군 프라이팬 위에 치이이익 뇌를 줄줄 녹이는 것 같기도 하고. 꺗 징그러. 시ㅂ ㅏㄹ..
결국 마을버스 그 마음에 안 드는 초록 괴물을 버리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속으로 중얼거렸다 ㅜㅜ 햇님 죄송해여 죄송하다고여 미안해요 ㅠㅠㅠㅠㅠ 햇니임 제가 짐승이 되게 하지 마소서ㅠㅠㅠ
저는 터질랑 말랑하는 물풍선인데요......... 부땅하지도 않으세여?
귓속까지 더웠는데 뜨거움 반 물 반인 세상에 몸은 담궜으나 내 정신이라도 꺼내려 이어폰을 꽂고 내 사랑 ㅠㅠㅠㅠㅠㅠㅠㅠ 추울 땐 뎁혀주고 더워죽겠을 땐 식혀주라
백현이 예쁜 목소리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넌 정말 필요해, 살기 위해 필요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새싹 여름엔 쪼끔 차가운 물 주구 겨울엔 아주 살착 따뜻한 물 주구싶은 백현이 허스키한 목소리가 샤워처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백현이가 날 살려주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