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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렛이 선택하는 사람



첫째주 금토 콘서트를 다녀왔다. 정말 뼈랑 뼈와 뼈를 잇는 이음새와 뼈를 감싼 근육 모든 곳이 아퍼.

금요일엔 퇴근하고 바로 튀어가 고체와 액체 중간인 젤리 상태로 콘서트를 즐겼고, 토요일엔 아침에 굿즈사고 집에 뻗어있다가

늙은 꿀벌이 힘없는 날개 붕붕거리며 꿀따먹으러 가는 것처럼 다시 길을 나섰다. 토요일엔 그나마 편한 차림이라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

엑소 친구들은 어떻게 세시간반동안 그토록 격렬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심지어 금요일보다 토요일에 더 격하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랬는데, 종인이가 다쳤다. 종인이 예뻤는데... 금요일에도 예뻤고, 토요일에는 더 예뻤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종인이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귀가하며 트위터랑 커뮤를 보는데, 짤막한 글줄로 종인이 위로하는 종인이팬들을 보면서 마음이 한결 고요해졌다.

마음 많이들 아팠을텐데, 따뜻하게 위로하는 법을 아는구나. 팬이야 이제 다 커서 종인이를 위로하고 자신도 위로받으며 쪼끔 울고나면 그만이지.

사랑하는 우리 김종인.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 상황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해주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네. 미래의 건강은 그대로 두고, 우리 오래 보자구.


+ 요만큼 쓰고 엎어져 있다가, 종인이 멘트 듣고 왔어. 슬퍼서 많이 울어가지고 진짜 곰이 됐대.

아... 나는 신이 있다면 인격체가 아닌 자연선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확신이 더해진다. 이제 고맙지도, 밉지도 않아.

돌아가는 룰렛판 자체를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하는 건 이상하잖아?? 다만 룰렛이 선택한 사람을 사랑한다.

룰렛이고 나발이고 신아무개씨는 제쳐두고, 인간세계에서 해결하자. 슬픈데 쫌 울다가 배고프면 밥이나 머거야지.

우리 종인이. 눈물 났으면 시원한 물 마시고, 맛있는 거 먹고, 생각 많이 하지 말고, 튼튼곰이 되도록 하자. 슬픈 생각만 하다가 눈물곰 된다.

본질을 꿰뚫고 슬플 때만 딱 시원하게 울어야지. 슬픔 개체수 늘리지 말아야 하겠어.

이런 생각도 들어. 나는 종인이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종인이 사랑해. 그게 눈물보다 시원하진 않고, 혹 버겁더라도 어쩌겠어.

하루 쯤 크고 푹신한 쿠션이나 이불로 살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쓸데없이 무겁고, 사랑 받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쿠션이나 이불은 좋기만 하잖아?

사랑<<<<<쿠션, 이불. 쿠션해 종인아. 이불해 종인아. 하면 엄청 사랑하는데, 부담은 하나도 안 주는 컴팩트 미니멀 심플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걸까?

그런 건 없겠지. 그냥 사랑해 종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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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는 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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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춤추는 종인이는 내 판타지의 끝장판이지. 눈에 넣고만 있어도 만족스럽고. 시야에서 벗어나면 애가 탄다.

스탠딩에선 어느 순간은 핥듯이 자세히 볼 수 있는데, 또 어느 순간은 영영 놓치게 되잖아. 앞뒤옆 다 상관 없으니까 눈 안에만 잡아두고 싶었어.

플레이보이, 아티피셜럽 AC 돌출무대에서 할 때, 정면보단 측면이나 뒷모습을 많이 봤거든. 정말 그 등짝에서 눈을 뗄 수 없더라.


의상 소재 대체 뭐야? 뭔데 쫌만 젖으면 등근육 움직이는 모습이 환상적으로 도드라져, 종인이 등이 나한테 최면거는 줄 알았다.

기하학적 패턴으로 움직이는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이럴까. 흡수하고, 방출하고, 물결치고. 젖은 옷에 진 주름이랑 섬세하게 움직이는 등근육 콜라보. 와.

표정 연기보다 더 화려하게 느껴졌다. 등짝에 최면 걸리는 도중, 그 바로 앞 전광판에서는 종인이 정면을 커다랗게 보여줬다.

아마도 나는 종인이 등에 홀려있다가 잠시간의 시차를 두고 시선을 옮겼겠지. 시각 정보가 머릿속에서 다 꼬였다.

핫초코처럼 뜨겁고 달콤한 표정이랑 나달나달 하느작거리는 셔츠 앞섶이랑, 어, 방금 내가 보고 있었던 것 같은 블랙홀과, 그리고 화이트홀,

소용돌이 맨 앞과 맨 끝에 있는 김종인. 너무 좋았다. 지팽이 가지고 노는 것도 볼만 했다. 아니 아티피셜럽에서 가지고 노는 거 너무 많아.

짝대기도 가지고 놀고, 안대 가지고 놀(다가 실패하)고, 나도 나도 가지고 놀았다 ㅠㅠ 나 완전 블랙홀로 들어갔다가 화이트홀로 나왔는데 가지고 논 거지.

(정신적)방탕함의 끝이었다.  


리본 얘길 아니할 수 없다. 그 기다랗고, 종인이 움직이는데로 폴락폴락 날아다니고, 경수가 꽁꽁 묶어주고, 종인이 손으로 쥐어 뜯겨 해방되고, 아주 지 맘대로.

마치 종인이의 일부인양 춤을 추더라니까. 그거 천조각 아니고, 살아있는 거 아니야? 희귀뱀이라던가. 경수가 야무진 손길로 리본이를 제대로 묶어줬을 때,

얼마나 벼르고 있었을까 말이야. 묶이는 순간부터 나뿐 요정처럼 귓가에 속닥거렸을 것 같다. 답답하지요? 풀어주세요. 풀어주세요. 저 나쁜 리본 아니에여.

유리어항 춤출 때, 종인이랑 리본이랑 닮았더라. 휘휘 날듯이 춤추는 것도 똑같고, 둘이서 물살 가르듯이 한 몸처럼 움직이고. 종인이는 물꼬기, 리본은 지느러미.

종인이 자체로 보물인데, 도구들이 다 도와줘. 여태까지 종인이한테 들러붙었던 넥타이, 벨트, 리본, 안대, 지팽이까지. 다 희귀뱀들 아니었을까.


콘서트에서 유성우, 백색소음, 유리어항, 아티피셜럽, 트랜스포머 춤춘 거 보고 오니까, 출퇴근길에 노래 듣는데 왜 이르케 다르지. 전과 후가 전혀 달라.

이래서 뮤직비디오가 발명된 것이야. 시청각 정보를 교란시켜 나처럼 순진한 조무래기의 말초신경을 조져놓는 거지. 손 떨려. 눈 안에 종인이가 없어도, 머릿속에 왔다갔다한다.

노래만 들어도 만화경 속에서 새벽 배 타고 기하학적 패턴 바다를 헤매며 리본물꼬기 사냥하는 것 같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리본물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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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는 뭐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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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게 하고, 웃게 하고, 떨리게 하는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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