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 B구역은 뭐랄까... 빡빡했다. 차라리 스탠딩이었음 뽈뽈 돌아댕기면서 잘 봤을텐데, 의탠딩이었기 때문에 내 공간은 의자 앞의 좁은 통로 뿐이었다.
게다가 일본 에리들은 노래 시작하면 일어서, 끝나면 앉는 불문율을 철저히 따르므로 시야는 더욱 답답해졌다. 그렇다고 상심할 나는 아니니깐,
좁은 공간에서도 신나게 놀았지. 다만 내 옆의 일본 에리는 그것 참 시끄럽게 군다는 듯 째릿한 눈길을 주었다! 흑 ㅜㅜㅜ 서러워 ㅜㅜㅜ
나한테 왜 구래 ㅜㅜㅜ 엑소 친구들이 노래 따라부르라고 했자나, 신나게 놀자고 했자나, 열이가 멕썸노이즈 외쳤는데?
백현이는 옆자리 에리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했어. 엑소 말 잘 듣는 에리가 되고 싶었단 말이야. 그 분 내가 찍 소리(보단 쫌 큰 소리)만 내면 째려보길래 나도 뭐? 어쩌라구?
똑바로 쳐다봐주며 기싸움에서 이겨먹고 나의 길을 계속 갔지. 배켜나 미안해ㅜㅜ 옆자리 에리랑 쌩깠어. 옆 사람에게 그 이상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광봉이를
최대한 좁고 높게 들고 흔들어야 했는데, 와 성인이 된 후에는 손 들고 벌 서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가파른 각도로 무리하게 흔들리던 어깨가 주인님 이건 좀 아니지 않냐며
오십견 조심하라고 신호를 보내왔다. 내 어깨 미안. 그치만 엑솔루션 콘서트에선 광봉이를 흔들어야 재밌단 말야. 특히 클럽 타임에 팔을 얌전히 내리고서
어째 재미를 논할 수 있겠니? 엑소 친구들이 바로 저기 있는데!
열이가 자기는 미쳤는데, 여러분은 괜찮냐구ㅋㅋㅋㅋㅋ 여러분도 미치셨냐고(?) 했어ㅋㅋㅋㅋㅋㅋ 어, 미쳤어 미쳤어.
안 미치게 생겼어? 오늘 열이가 한 말 좋았어. 찬열이는 콘서트 시작할 때 기도를 한대. 이 많은 사람들 열광시킬 힘을 달라고. 그 말 듣고 울컥했어.
내가 신은 아니지만, 찬열이 기도에 답하고 싶어. 세상엔 돌아오지 않는 기도가 부지기수겠지. 그치만 열이 기도와 팬 사이에는 신도 뭣도 없어. 다이렉트로 전달 받았어.
내일 뿐 아니라, 엑소와 내가 있는 모든 순간에 이 친구 하자는대로 할래. 맥썸노이즈 50번 넘게 해도 돼 ㅠㅠ 미친듯이 놀아줄게. 신은 아니지만, 팬이니까!
ㅠㅠㅠㅠ 아무리 생각해도 졸라 너무 멋지다 ㅠㅠㅠㅠ자꾸 생각나고 ㅜㅜ 열광시킬 힘을 달라니 ㅠㅠㅠㅠ 반해버려 ㅜㅜㅜ
맹수 발톱이 확 긁어내리는 목소리로 도쿄돔 천장 찢어먹을라 화끈거리게 달궈놨지, 찬열이가. 프리티보이에다가 다른 아이돌보다 몇십배로 잘하지.
머릿속 엉망진창으로 헤집어 놓는 열이 목소리 듣고 있으면, 홍콩 가고 싶지 ㅜㅜ 마카오 콘서트 가보고 싶다. 다음 투어 땐 꼭 갈 수 있길, 홍콩!
약속 때도 찬열이를 봤어. 메이크업이 다 지워져, 얼굴에 발간 열기가 고스란히 나타났어. 온 몸을 다 써서 그 '약속'을 랩으로 전하는데, 맘이 징징 울렸어.
가사를 직접 썼을 뿐 아니라, 팬 마음 깊은 곳으로 훅 들어가는 최상의 도구가 자기 목소리야. 타고 있던 토롯코 난간 뿌서질라 격정적으로 움직이며 약속했어.
그때 잔상이 남아 지워지지 않았는데, 열이가 사랑스럽게 기도 얘기를 하니까 내가 반해, 안 반해? 반했어!
아레나 구역에 있으니, 소리가 돔 한 바퀴를 휭 돌아 노래를 뒤따라 왔다. 울림현상이 도쿄돔의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내 귀에 어쩐지 아름답게 느껴졌다.
마이앤써랑 12월의 기적 부르는데, 소리가 살아있는 요정처럼 공연장을 빙빙 돌아.
현실인지 꿈인지 망원경 내리고 잠시잠깐 눈을 감았어. 그때만큼은 일본 에리들 조용한 관람 스타일이 좋더라.
도쿄돔에 나랑 그 노래만 있는 것처럼, 엑소 친구들 목소리가 내 주위를 커다랗게 도는 것처럼 느껴져 황홀했다. 눈을 뜨니깐 고요한 가운데 경수가 마지막 가사를 읊조리고 있었어.
그건 얼마간 멈췄다 크게 마시는 들숨처럼, 뜨거움 속을 비집고 들어온 시원한 바람이었어. 갑자기 추워진 날 유리창에 생겨난 얼음 결정처럼 예뻤어.
돌출무대에서 춤추는 종인이를 망원경 속에 확 가둬놓고 봤을 때, 움쩍달싹하기 힘든 아레나지만 3일 중 한 번은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내 눈에 들어온 그 장면이 좋았다.
종인이는 엑소를 우주라고, 우리를 별이라고 했어. 확 좁혀진 시야 속 춤추는 너는 우주의 중심이었어. 빛무리에 안겨 춤추는 사람은 분명 행복하겠지.
어제 1층 관객석에서 봤을 때는 '무대 위의 너'였는데, 아레나 앞 쪽에서 돌출무대를 보자 너는 어느새 '우주의 중심'이더라. 빛무리를 이끄는 사람이었고,
이끌려 온 빛무리가 다시 너를 안고 지켜주는 것 같았어. 정말 대단하다. 나도 너에 이끌려 캄캄한 우주를 떠돌고 싶을 만치 예뻤어.
당기는 힘으로 만들어져 동그란 우리 은하계에서, 나 역시 당기는 힘으로 너를 안고 지켜주고 싶다는 상상을 했어.
엑소는 우주, 우리는 별, 너를 중심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은하계. 와ㅜㅜ 정말이지 로맨틱하다. 로맨틱 유니버스가 바로 이거구나. 그게 뭔가 했어.
내일은 도쿄돔 마지막 날이야. 빛으로 안아줄게 종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