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왔다! 고향, 경주. 이 계절에는 동생이랑 첨성대 주변 꽃밭에 다니러 가.
첨성대는 재작년까지 입장료 천원인가를 받다가, 작년부터 꽁짜가 되었어. 낮은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을 뿐이라 고거 가까이서 본다고 머가 다르나
싶었는데, 오랜만에 가까이 다가가 그 돌의 탑을 보니 으슬으슬했다. 돌이 몇 갠지, 저 위에 우물정자가 뭘 의미하는지 가물가물한데
오래된 것의 기운이 피부에 닿았다. 돌의 틈으로 차가운 숨, 뜨거운 숨이 느릿느릿 들어가고 나가고
만월에는 어떤 사람의 형상으로 우두커니 서있다가 다시 돌이 될 것 같았다. 오래된 물건이 도깨비가 된다는 속설은 그럴듯해.
울타리 가장자리에 어리숙해 보이는 나무 한 그루가 있어. 발견하고서 동생이랑 꺅 완전 망충하고 귀여운 나무라고 소리 질렀어! 찰카차카!
첨성대 할아부지 혼이 떠돌아다니는 울타리 안에 나무애기 혼자 머 해? 머리는 어디 부비며 놀았길래 다 헝클어졌어?
동생(92년생, 에스지워너비 순정팬)이 초코빵떡과 세우 촬영하는 걸 도와주었다. 거치대 역할루.
카페에 초코빵떡과 세우를 새초롬히 세워두고 동생 자소서를 첨삭해주었는데, 여덟개 쯤 되는 기업 이름 중에 KAI가 있는 거야!
옛날부터 이과생이었던 동생은 카이도 못 들어봤냐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이라며... 응... 못 들어봤지 ㅜㅜ 엑소 카이밖엔 몰랐지.
회사 이름이 카이라니, 카이에 다니는 카이팬은 좋겠다. 한 시간 남짓의 생명력을 갈아넣어 자소서를 완성했다.
동생이랑 나랑 둘 다 어우 이건 뭐 됐네 됐어 짝짝짝 박수쳤어.
달님, 내 동생이 카이에 다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