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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물고기!

아침에 일어났는데 하늘이 깨질 것처럼 맑았어. 햇살이가 책상에 툭 떨어져 녹았어. 유리창에 그려놓은 물고기가 노트에 헤엄쳐 왔다.

그제는 화가 나고 슬펐거든. 행복하다가 돌연 불행해지는 거 참 쉽다는 생각이 들었어. 불행,

그건 사랑하는 사람의 염원이 닿지 않는 곳에 도사리다가 왁 문다.

감상적이고 단순한 나는 날씨가 화창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펼친 노트에 그림자 물고기가 들어오자 행복해졌다.

세상이 동화책처럼 착하면 좋을텐데. 그림자 물고기가 담긴 노트를 꼬기꼬기 접어서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주고 싶단 말이야.

어떤 사람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이런저런 착함이 퐁퐁 샘솟고 그르지 않나? 원래는 안 착해도 조금은 착해지고 싶고, 착한 흉내라도 내고 싶던데.

진짜 이상하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ㅡ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걸 그만뒀다. 준면이 영상회에 놀러 가려고, 가방에 며니아가를 챙겨 넣었다.



경수네 영상회 간 날엔 내가 경수 좋아하는 마음처럼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며니네 영상회 가는 길에는 내가 며니토끼 좋아하는 마음처럼 따시한 햇살이 내리고 그러더라! 진짜! real.

장소에 도착해서 엑더쿠들이 우글우글하자 가방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며니아가를 당당히 꺼내들고 사진 찍으러 다녔지. 아 나는 창피하다가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급 당당해지는 그 느낌이 좋더라. 머글 사이에서 저 인형 꺼내놔봐 얼마나 미쳐보이겠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엑소팬이 점차 모이며 그게 정상이 되는 국면에 접어들어.

누구나 엑소 인형 하나 쯤은 있는 거자나. 마치 보호색을 가진 파충류가 되는 느낌이랄까?? 파충류는 원래 초록색일텐데, 빨간색 배경에선 빨간색인척을 해야해.

근데 배경이 초록색이면 맘껏 초록색하고 좋지.

흡흐 영상회 건물 로비에는 내가 되게 많이 좋아하는, 첫번째 콘 금발며니가 반착반착 빛을 발하며 도처에 깔려 있었다.

등신대랑도 찰카, 현수막에서도 찰카, 며니아가랑 지네 형이랑 사진 많이 찍었어. 사진으론 잘 나타나지 않지만, 며니아가랑 며니형아랑 둘 다 뺨이 뽀얗고 핑크핑크 피치피치해서

심장이 막 ㅜㅜㅜ 터질 것 같았다 ㅠㅠㅠ 감동 받았뜸ㅠㅠㅠㅠ 며니아가가 며니형아보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예쁨과 귀여움 면에서 똑 닮아 속으로 소리지름 ㅜㅜㅜ 빵떠기토끼야!!!!

소원이 하나 있어 ㅠㅠㅠㅠㅠ 빵떠기를 없애지 말아줘 ㅠㅠ 엉엉 ㅠㅠㅠ 내꺼빵떠기ㅠㅠㅠ 그렇잖아도 쪼끔밖에 없는데 ㅠㅠㅠ 지켜줘!



며니토끼 영상회를 보면서 뺨이 너무 아팠다. 난 의식하지 못했는데, 계속 웃으면서 봤나봐. 스크린 속 준면인 멋있다가도 눈을 찡긋 한다거나 잘생기다가도 입술을 삐죽거려

토끼토끼력을 발산했다. 비교적 최근 영상에서는 토끼인 자신을 카피한 토끼적인 표정을 지어서 팬니즈에 맞춰주기도 하고ㅋㅋㅋㅋㅋ 엑젤웃이지만 다정하다니까!

여태까지의 무대를 쭉 봤는데, 준면이가 특별히 멋져보였던 무대는 중독이랑 럽미라잇. 많은 무대 중에서 이 두 개 무대를 할 때 되게 잘해보이던데, 왤까?

중독에서는 화려한 장식의 슈트, 금발, 메이크업, 비장한 표정연기, 자신이 지향하는 바와 컨셉이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고급진데, 비장하면서도, 가련했다.

그러고 보니 며니토끼 채팅에서 엑소 노래 중에 중독 젤 좋아한다 했잖아. 그래서 그런가? 그리고 럽미라잇은 스케치북 버전이었는데... 춤출 때, 웃옷이 팔랑거리며

배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할 때마다 굉장한 함성~ 응큼이들. 난 팔랑거리는 옷자락을 바지에 단단하게 넣어서 배 하나도 안 보이게 해주고 싶더라! 배는 따뜻해야지^^

엑소엘은 나 빼고 다 좀 그런듯. 엑소 활동 곡 중 발랄한 댄스곡은 럽미라잇이 거의 유일한데, 그게 날아갈듯 가벼운 며니토끼 움직임과 잘 어울렸다.

제일 멋졌던 거 중에 제일 멋졌던 거는 첫콘 솔로무대 뷰티풀. 천사, 천사. 노래하는 목소리랑 달달한 눈빛이랑 팬여러분 심장 듀근거리게 하는 신사적인 모션까지.

다음 콘서트 때 그런 거 한 번 더 해줬으면 좋겠다. 다정하고, 달달하고, 천사 같은 거. 준면이한테 딱이야 ㅠㅠ ㅇ예뻐 ㅜ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준면이가 너무 하얀색이어서 조명이 조금만 밝아도 이목구비가 다 날라가 정말이지 하얀색으로만 보였던 거? 마지막 보너스 트랙으로

준희씨 무대가 나왔는데, 세상에 그렇게 하얀 허벅다리가 또 있을까?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니 새삼 놀라웠다. 난 마음 속으로 하얗다 너무 하얗다고 중얼거렸는데,

옆엣 사람이 너무 하얗다고 실제로 말해서, 순간 내가 말한 줄 알았다. 모두가 하얗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정말 하얬고, 고혹적인 준희씨였어. 유학가셨지만.


끝나고 비밀님이랑 만났는데, 나 맛있는 거 멕여주셨다!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