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는 알라나 몰라
오늘 쇼챔 사녹 다녀왔어. 가장 보고 싶었던 의상은 유니폼이었는데, 전날 더쇼에서 입고 나온지라
하늘색 교복(?) 입고 나오길 바랐다. 근데 입고 나왔당. 사녹은 두 번만에 짧게 끝났으나 어쩐지 다른 때보다 꿀이라는 생각이 들었따.
원래 엑소 사녹은 사녹 시작하는 순간까지 개고생 맘고생 동반해야 정상인데, 요번엔 고생을 덜했거든 ㅋㅋㅋㅋ
난 메르스 때문에 폼림픽 아님 멜림픽이겠거니, 에라이 됐따 됐어 포기! 하고 소주에 무뼈닭발 냠냠 머꾸 있었지. 그러다 공지가 떴는데 선착순이래!
뭔 정신인지 자동인간처럼 튀어 나가 택시 불러 타고, 공지 업데이트 20분만에 엠비씨드림센터를 찍었다. 와. 엑소 팬질하면서 인간이 너무 즉흥적으로 변했어.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ㅋㅋㅋㅋㅋ 공지 읽어 보지도 않고, 쇼챔, 선착 두 단어만 인지한 채 달렸어.
이사한 집은 일산 드림센터와 가까워서 인원 체크하는 시간까지 집에서 쉬다가 올 수 있었다. 고생을 덜 한 나머지, 사녹 구경하는 자신이 너무 제정신이라서 어색할 정도였다.
럽미라잇 활동 두 번째 보는 거잖아. 유스케랑 오늘 이거. 근데 유스케 때도 그렇고 오늘도 무지 감동머금 ㅠㅠㅠㅠㅠ 세상에 엑소 친구들 라이브 너무 잘 들리드라.
바꾼 마이크 되게 좋은 건가봐. 그리고 투어니 뭐니 활동하면서 엑소 친구들 라이브 많이 늘었나봐 ㅠㅠㅠㅠ 어제 라디오 들으면서 참 고마웠던 부분이 있었어.
멤버들 능력 중 탐나는 게 있냐는 질문에 경수랑 종대 보컬실력이 탐난다던 보물아가 ㅜㅜ 오늘 무대에서도 계속해서 몸은 춤춰 입은 노래 불러, 쉴틈이 없었다.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깔끔한 목소리. 언젠가 얘기했던 초대하는 목소리, 조금 열린 문 안쪽으로 부는 부드러운 바람. 흐이ㅠ유ㅠㅠ 우리 종인이 잘한다.
실제 녹화 들어갔을 때도 종인이 파트의 종인이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려서 후와 나는 정말이지 행복한 팬질을 하고 있구나 싶었지. 종인이 욕심과 내 바람이 일치해.
팬질하면서 그것만큼 유의미하고, 행복한 게 있을까?
열이가 까만색으로 염색을 했다. 그 백발에 가까운 머리카락도 열이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나, 까만색으로 돌아오고 보니 까만색이 더 좋았다.
얼굴이 더 쪼꼬매 보이고, 청순했다. 흠 사녹 전에 열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흐리흐리한 초점으로 이쪽을 봤다. 머엉하니. 왜 저래? 아련하게? 나만 느낀 게 아닌지
뒷켠에서 모야 왜 아련하게 쳐다봐? 두런두런 속삭속삭했다. 열이 생각이야 꺼내서 볼 수 없으니 됐고, 청순한 흑발로 그런 표정 지으니까 예뻐 보이드라.
뭉뚱그려 이쪽을 보는 바람에 마치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이 들었다. 처음엔 괜히 혼자 창피해가지구 시선을 피했으나, 두번 째에는 그거라도 주워먹꼬 싶어서 까만 시선을
내 시선으로 꽉 묶어버렸다. 가만히 쳐다봤다. 무슨 생각하니, 팬여러분 그렇게 멍하니 보면 무슨 생각이 드니? 이윽고 열이가 다른 곳을 봤다. 자연스럽게.
우리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겠지. 백날 좋아한다 사랑한다해도, 반의 반밖에 모를걸?
마스크 꽁꽁 끼고, 답답해서 숨 허덕거리면서, 길에 나다니는 보통 여자들보다 쫌 마니 초췌한 몰골로, 평일 한낮에 이러고 있는 너의 팬들 ㅋㅋㅋㅋㅋㅋㅋ
한 밤에 택시 타고 집에 오면서 열이의 그 흐리흐리한 시선이 떠올랐다. 그 표정에서 아무런 생각도 읽을 수 없었지만
퇴근길 비 엄청 내리는 창문 밖을 보면서, 그때 그 시선을 꽉 묶어두고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났어. 엑소는 알라나 몰라. 자기네 팬질하는 우리가 얼마나 좋고, 신나는지.
무엇에 대한 대답도, 변명도 아닌데 그냥 한번쯤 전하고 싶어. 말로 엑소 팬질해서 좋아요. 행복해요. 해도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심지어 그 대상인 엑소일지라도 몰라.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까 유에스비를 콱 꼽아서 컴퓨터에 저장장치를 인식시키는 것처럼, 강제로 전하고 싶다.
이런 몰골로 너무 좋다고. 사람들이 불량식품 감정 취급할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세간에서 떠드는 행복과 닮았어. 순도 높은 쾌감이 있어. 정말 충분해.
열이가 우리에게 물은 것도 없는데, 그 눈을 보고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한다. 이것저것. 사실 이런 걸 다 알고, 오롯이 느끼게 되면 오히려 큰일이겠지.
쉬웠던 것들이 복잡하고 어려워지도 몰라. 모든 게 진심투성이라면 그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 것이며, 내딛을 발걸음은 거북이처럼 느려지지 않겠어?
아리까리하게 저 여자애들 미련한 사랑, 꺄꺄거림이 진짠가 가짠가 믿을까 말까 어느 땐 진짜 같고, 어느 땐 가짜 같다.
그래 그게 좋다. 내가 '저게 진짜일까? 이제 사람 함부로 막 믿지 말아야지. 하지만 아끼고 사랑한다. 가짜여도 어쩔 수 없을만큼.' 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엑소 친구들도 거기까지만 하길 바란다. 너무 믿지 말고, 헷갈려 하면서, 편리하게, 좋아해줘. 엑소 이렇게나 좋아하면서 가끔식 그러거든.
아 ㅠㅠ 아이돌 팬질에 이렇게 몰입해서 어떡하자고. 어떡해!!! 아 지짜 어떡해ㅠㅠ 뭘 어떡해... 걍 이렇게 하는 거지. 계속 이렇게 할래. 사랑할만한 건 모조리 다 꺼내서
햇빛에 널어 놓을래. 창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곰팡이 피게 하지 않을 거야. 산뜻하게 가자, 산뜻하게.
오늘은 유달리, 무대 하는 중간중간 열이 보고 싶더라. 그래서 봤지. 예뻤지. 표정이 귀여웠지. 보조개도 상큼했지.
흰셔츠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었어. 꺄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