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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라는 만화책에 보면, 웬 또라이 같은 장면이 나오거든

글썽 2015. 3. 15. 23:48

중딩 때 본 건데, 얼마 전 만화 카페에서 다시 봤어. 주인공 소녀 '스바루'의 지독한 발레 인생을 다룬 이야기야.

스바루는 기이한 계기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불치병으로 의식이 꺼져가는 남동생에게 자신이 본 것, 들은 것을 전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춤을 췄다.

동생은 스바루가 땀으로 온 몸을 적신 후에야 이해했다는 듯 희미한 미소로 화답했고, 가혹한 행위는 한 동안 계속되었다.

범상치 않은 내력의 스바루는 발레에 두각을 나타낸다. 로잔느 콩쿨이 열리는 전 날 밤이었다.

그녀는 스승의 죽음을 전해 듣고 비 오는 거리를 방황한다. 추위에 떨다가 열감기를 얻는다. 주변의 이해관계에 떠밀려서인지, 자신의 의지였는지

엄청난 고열에 시달리며 콩쿨에 참가한다. 스바루는 열에 들떠 육체의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코치는 그녀를 부추긴다. 지금에야말로 육체의 저항없이 춤출 수 있다고.

물리적인 개연성이 저언혀 없이, 만화 속 스바루는 비상식적인 높이의 점프를 구사한다. 작가의 똘끼어린 상상력은 정도를 지나치기 시작한다.

열에 시달리던 스바루가 이번엔 극도의 추위를 호소하며 몸을 늘어뜨리자, 작가는 그 증상을 본선 무대 과제에 이용한다.

무대를 거대한 무게로 짓밟는 스텝, 축축 늘어지는 신체로 슬픔과 절망을 표현한다.

뭐지 이 인간성은 사라지고, 작가 자신의 이기적인 예술혼만을 불태운 이야기는?


뒷 이야기가 더 가관이지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정신세계와 오늘 내가 느낀 점이 맞닿아 있어서 꺼낸 얘기야. 스바루는 만화책이어서 신체를 초월했지만

현존하는 보물아가, 사랑하는 종인이는 치열하게 저항했다. 종인이가 마지막까지 몸을 떨며 서있어서, 나는 내 안의 비인간성과 똑바로 대면했다.

솔직히 나는 네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작가가 미친사람이면, 나 역시 어떤 식으로든 너에게 미쳐있단 걸 알았다.

종인이는 아마도 아마도 자신의 춤을 보고 멋지다고 하는 것까지를 허락할테지만, 내 인간성은 틀려먹었다. 허락되지 않은, 불편한 상상을 한다.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에 저항해, 자신이 멈추는 걸 용서하지 않는 너의 정신을 멍하니 구경했다.

쓰러지지 않길 바라며, 그러나 춤추길 바라며. 그만하길 바라며, 그러나 끝까지 함께하길 바라며.


사랑하는 종인이가 원래보다 작아진 어깨를 잘게 떨며,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손이 저려서 쥐었다 폈다 하는 순간에야 목구멍이 따가웠다. 

난 정말 상냥한 사람이 못 돼. 틀렸어. 내가 종인이 사랑하는 거는 종인이에게 비밀이야. 죽을 때까지 숨어서 팬질해야지.

사랑하는 내 보물, 넌 다 했어. 혼신이 격돌했고, 잘 움직여지지 않는 몸을 질질 끌고 다녔어. 가슴 한 쪽이 묵직해. 그렇지만 너를 좋아하는 이 느낌이 나쁘진 않아.

오염된 물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있어. 그는 지금 멈추면 그걸로 끝인 걸 알아. 꼴사납게시리 죽어나자빠져 허연 배 드러내는 걸 거부하는 완고한 캐릭터지.

그의 눈은 통제력을 잃은 것 같았어. 스위치는 켜졌다 꺼졌다를 제멋대로 반복했고, 잠깐의 켜진 순간과 기나긴 꺼진 순간이 교차했어.

켜진 그는 불꽃 같았고,

꺼진 그는 구역질이라도 참는 듯 초라한 표정이 되었어. 나는 어떡해 어떡해 종인아 어떡해, 라고 흐느끼듯 중얼대며, 너를 시야에서 결코 놓치지 않았지.

너는 내 손으로 꽉 잡으면 온 몸에 화상을 입는 물꼬기, 그러나 사랑이 없으면 질식하는 물꼬기, 차가운 어항을 톡톡 건들면 화려한 꼬리를 흔들며 지나가.


콘서트가 끝났다. 남은 건 열이 오를대로 오른 내 마음이야.

나는 종인이가 좋다. 그 다음으로 종인이 춤이 좋다. 그 다음으로 종인이 목소리와 글이 좋다. 그 다음으로 아무도 허락하지 않을, 종인이에 대한 상상을 하는 게 좋다.

종인이만 생각하면 진심으로 미치겠다. 상상할수록 환장하겠다. 그애가 싫어할 것 같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상냥함을 쥐어짠다. 피가학적 종기는 아무렇게나 터진다.

나는 배려를 배워야겠다. 특히 종인이를 좀 더 배려해야겠다. 이렇게 남의 고통을 꾸며대고, 이용하는 건 나쁜 짓이다.

사랑하고 아끼는 종인이에게 팬 1로써 잘 해야지. 나는 가끔 나쁜 짓을 하지만,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야.

사랑한다. 사랑한다. 엉망진창으로 하는 고백이지만, 너한테서 춤 노래 빼고, 목소리와 글 빼고, 진심까지 빼버리고, 도저히 너라고 할 수 없는

부스러기만 있어도 지금의 나는 그걸 좋아해. 물론 증명할 수 없고, 이토록 무책임하게 써재낄 뿐이지만! 그저 그렇다는 얘기야.


@kimkaaaaaa님이 게시한 동영상님,

+3월 28일 김종인 인스타 탈퇴와 함께 사라진 종인이가 졸라 머찌게 베돈크 연습하는 영상 ㅜㅜ 쿠ㅜㅜㅜ 바버 ㅜㅜㅜ 김종인 ㅂ바버 ㅜㅜㅜㅜㅜ


여기서 프롬카이만 나와주면, 사랑해서 머리가 터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종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