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풀과 꽃
사랑하는 나의 풀과 꽃, 예쁜토끼. 내 풀과 꽃은 너무 잘 자라. 쑥쑥 큰다. 웃는남자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게 너무 행복하다.
나는 준면이를 참 좋아하니까.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넘치면 넘치는대로 다 재밌는 건 사실이지.
내 심장을 뜨끈하게 훑고 가는 건 재미와 또 달라. 일종의 희열이다. 다년간 지켜본 바로 그가 굉장한 노력가에 진취적인 성격인 건 안다.
다만 아는 것과, 결과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건 마이 달라. 힘겹게 힘겹게 움트며 더 잘하는 쪽으로 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시간과 에너지를 허투루 쓰지 않고, 성장에 집중시킨다.
나팔꽃과 담쟁이풀이 경쟁하듯 벽을 타고 태양 가장 가까이로 오르듯이. 그러면 나는 정말 회색벽이 되고 싶다. 풀과 꽃이 올라가는 걸 잘 느끼고 싶다.
이번 주 화수금토 다 갔자나. 밥먹듯이 보러가니까 그 섬세한 성장이 간지럽게 와닿는다.
화요일에 넘쳤다가, 수요일에 흔들렸다가, 금요일에 확 다잡아 정리하고, 토요일에 깔끔하게 차린다.
음 컨디션 차이일 수 있지. 예당 막공을 끝으로 한 달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무대에 적응을 마치고 본 실력 나오는 거겠지.
어제와 오늘의 며니플렌은 정말 잘했다. 더도덜도 말고 딱 잘했다. 연기는 안과 밖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여유있어, 노래는 한층 안정감 있게,
바람처럼 훅 지나가던 대사를 조금 더 정확하게 발음하고, 디테일을 살린다. 가령 웃는놈 넘버에서 '그래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게 됐거든.' 에서 시작해
'난 관심 없어'로 끝나는 대사. 옛날엔 흐르듯이 지나갔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신경쓰여. 문장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조금 바뀌고, 겁나 섹시해짐.
'둘은 아주 잘! 어울리니까' <- 이 부분을 쎄게 끊어 쳐버리니까, 다음 대사인 '난 관심 없어' 가 더 잘 들리고, 세상 그래 섹시할 수가 없떠요.
관심 없다는 말이 이렇게 섹시한 표현이었나. ㅜㅜㅜ 관심 없는 거 최고얌. '내 목도 졸라봐. 벌레만도 못해, 웃는 놈.' 이거도 디테일 쩔지요.
옛날에는 '내' '목도' '졸라봐' 세 어절이 정직하고 사이좋게 박자를 누렸다면, 지금은 내~ 목도~ 졸라봐~ 햐 이걸 머라 해야할까?
일부러 산소 공급 안 시키고, 앞엣 놈이 뒤엣 놈을 죽으라구 절벽으로 미는 느낌? 준면이가 이걸 부르고 있는 순간에 문득 깨달았다. 나도 숨을 안 쉬고 있다는 걸.
내 입에 입맞춰, 쪽! 은 그때나 지금이나 쭉 미칠 것 같아. 상처 모양으로 벌겋게 칠해진 기괴한 입술이 작위적으로 오무려져 쪽! 소리를 내며 키스를 날리는데,
이때 드디어 안 쉬던 숨을 헉하고 몰아쉬게 된다. 숨을 급하게 들이킬 수밖에 없는 아찔한 순간이거든. 흡 너무 좋아. 너무. 너무, 좋아.
그리고 마지막 데아와 이별장면, 캔잇비 리플라이즈. 숨죽인 가운데 아주 미약하게 시작하는 그 노래. 연기가 좋아졌다는 걸 여기서 느낀다.
예전엔 뭔가 뭔가 뭔가가 잘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시작해 그 감정을 캔잇비 중반까지 끌고가고,
노래의 애절함을 빌려 비로소 애절해진다고. 근데 현재는 내 기준 최고 명장면 중에 하나. 슬픔을 훨씬 자연스럽게 녹여내.
모두가 숨죽인 침묵 속에서 '믿을 수 없어, 제발 아니라고 해.' 부정하는 단계를 다 소화하고, 캔잇비 리프라이즈에서 이별을 받아들여, 슬픔을 제대로 표현한다.
죽어도 끝나지 않는 사랑. 뭐가 달라진 걸까? 떨림이 섬세하게 가미되었고, 암청색으로 반짝거리는 눈에 담긴 이야기가 깊다.
이렇게 말하면 애매해서 약파는 것 같긴 한데, 내 감상으론 그래.
오늘 11번째 보는 건데, 블루스퀘어 와서 연기가 진짜 늘었다. 꽤 집요하게 설득하는 연기다. 사람을 끌어땡기는 힘이 쎄졌다.
이러니까 희열이 느껴져, 안 느껴져.
사랑하는 나의 풀과 꽃. 풀이기도 하고, 꽃이기도 한 오묘한 너. 그 내면에서 꽃과 풀이 치열하게 경쟁해 지금도 태양 가까이로 가고 있겠지.
나는 진짜루 회색벽이 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