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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남자 또 또 봄 (ㅅㅍㅈㅇ)

글썽 2018. 8. 2. 01:26


아이고 어제 진짜루 더웠데이...
신과 함께 보구 웃는남자까지 내달린 다음에 12시 넘어서 집에 오니깐 진이 다 빠진다.
날씨 미친거지. 자연의 역습이다. 낮에는 불볕으로 꾸워먹고 밤에는 습식사우나로 삶아먹을려구 해. 밖에 나돌아댕긴 시간은 얼마 안 되었는데도 힘들더라. 우리 엑소친구들과 나 자신을 포함한 전세계 지구인들 모두 건강 조심하자.


웃는남자 세번째 보러갔자나. 이번에는 2층에 가봤단 말이지. 2층 이상도 썩 괜찮다 싶은게, 어차피 1층 10열 이내 아니면 내 쌩눈으로 제대로 뵈는 게 없거든. 망원경이나 오페라글라스로 봐야 제대로다. 내 친구 나시카와 셀카봉 합체한 망원경포머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구.

층별로 다양하게 봐야 각도마다 새로운 며니플렌을 즐길 수 있다.
반짝토끼는 관객석을 향해 연기할 때 저너머에 시선을 두는데, 2층 이상에서 보면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1층이 저너머를 보는 시선을 붙잡고만 싶게 아련했다면, 2층은 잘못한 건 하나또 없는데 며니플렌한테 다 들킨 기분이야. 가벼운 부끄러움을 감당하면서 암청색으로 빤짝거리는  보석안과 만나는 거지. 


준면이가 나왔으면 준면이를 봐야겠지? 그것만 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요하게.

관능미 잔뜩 머금고 등장할 때, king of the 예쁜 얼굴에 붉게 얼룩진 상처를 보면 실제로 마음이 쩡!하구 아푸다. 날때부터 지금까지 안 잘생긴 적 없는 인간예술작품한테 묻은 한 조각 상처가 그래 애처로울 수가 없어.

몸집도 딱 내 취향에 찰떡꿀떡으로 예쁠만큼 작아가지구 가련한 토끼플렌 미역가발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상상으로 쓰담쓰담해주자. 내가 천박한 얼빠여서 우리 엑소 친구들한테 항상 미안하구 고맙구 그래.


예쁜플렌 연기에 대해.
가장 좋았던 건, 아무래도 웃는놈 부를 때 며니토끼 내면의 정의로운 또라이(정또)가 긴 잠에서 깨어나 활개치는 장면이지.

다년간의 아이돌 무대 경험이 있어선지 변화무쌍한 연기를 잘하더라. 표정을 어떻게 지으면, 몸을 어떻게 움직이면 자신이 섹시한 미친놈으로 보일지 잘 아는 것 같았다. 알고 말고. 우리 토끼선샌님은 다 알아.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자신에게서 뺏어가고 싶은 감정이 어떤 것인지. 

두 번째, 몸에 익은 매너와 배려가 돋보이는 연기. 데아와 그윈플렌, 조시아나와 그윈플렌. 준면이는 여성 출연자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에서 더 멋있어진다. 우아하고 고급스러. 왜 그런가 곰곰 생각을 하며 봤는데, 여성 출연자를 대하는 유연한 표정과 간지러울만치 고운 몸짓손짓이 수준급이다.

데아가 깃털도 아닌데, 조시아나가 불꽃도 아닌데 마치 그런 것을 앞에 둔 것처럼 조심스럽다.

데아에게는 능동적으로 조시아나에게는 방어적으로 행동하지만 저변에는 부드러운 배려가 깔려있다. 이거는 연기를 잘한다기보다 그냥 김준면.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아쉬웠던 점을 말하자면, 맨마지막 데아를 품 안에서 떠나보낼 때의 연기가 잘 와닿지 않았다. 관객 누구도 숨 한 점 크게 쉬지 않고 고요한 가운데, 갑작스러운 이별의 상실감에 표정마저 잃어버린 그윈플렌은 긴 침묵의 틈사이 끊어질 듯 간신히 이어지는 노래를 부른다.

가녀린 미성에 담긴 서글픔은 좋았는데, 무표정이 너무 낮은 온도의 무표정으로 느껴졌다. 매우 주관적 내 관점으루 말이야. 무표정이 상실감을 완벽하게 대변하지 못하는 건, 정말 억울하겠지만 며니플렌 얼굴이 세공된 조각처럼 정교하고 말끔해서 더 그런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진 공허함을 학습하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 무표정에다 비탄의 가면  하나 덧씌우면 되는 것일까?

마치 온실 화초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면 어찌되더라 하는 가설처럼 애매하다. 화초의 취향을 어떻게 알어. 클래식 싫어하고 헤비메탈 좋아하면 어떡해?
그 창백하게 질린듯한 노래를 들으며 상상해봤어. 내 화초의 슬픔에 대한 취향은 차가운 무표정의 터널을 지나서 미약하고 창백하지만 일말의 온기로 연인의 마지막을 안아주는 미소. 웃는남자의 끝.


견딜 수 없는 기분으로 토요일 공연 추가 예매해따.
4층도 가보고, 3층도 함 가보자.
블루스퀘어에서도 한다는데 나 왜 이러는 걸까?
사랑하는 엑소 리더 수호, 김준면에게서 뭘 더 찾아내고 싶은 걸까.
이 모든 감정을 해체하고,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만큼 잘 알고 싶다.
뮤지컬에 대한 그의 열정을 교묘히 이용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