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남자 또 봄 (스포주의)
보고 나와서, 아 이건 안 되겠다. 하하하한 번만 더 보자. 이미 예매해둔 공연 2회 있는데 평일 3층으로 급히 하루 더 예매했다.
52hr 워라밸 이벤트 적용하니깐 꽤 저렴하네. 나 이거 공연 너무 좋다ㅜㅜㅜㅜㅜ 김준며이 너어 이이 예뿐 친구야ㅜㅜㅜ 지짜 볼 맛이 난다.
노래 만족스러, 연기 맘에 들어, 비주얼로 무대 터져나가.
지난 주에도 가졌던 의문이야. 너무 예뻐. 입가의 죽 찢어진 상처가 흉측한데, 왜 예쁘지?
눈이 반짝거리구- 몸매 훌륭하구- 목소리가 정의로운 거 받고, 심층적으로 접근해본다.
처음 등장해서 무대 속 무대 위에서 공연할 때 며니플렌은 조시아나를 다소 발칙하게 꼬셨다.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훑으며 귀하신 분 혼을 쏙 빼놓고,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진 거라 신랄하게 비판하며 확 밀어버린다ㅋㅋㅋㅋ
그래놓구 조시아나에게서 당장 와달라는 전갈을 받고 앙큼한 미소를 숨기지 못해. 정작 몸달아서 어쩔 줄 모르는 조시아나와 만나자
저와 공연을 후원해주신다니 감사하다며! 새하얀 순수함 어택으로 조시아나를 끝내버린다. 극단적 밀당으로 대귀족 여인을 변태로 만들어버리는 스킬.
관객은(나는) 무심결에 그윈플렌의 스킬에 말려서 쉽게 가질 수 없는 그에게 열정을 품게 되는 거지.
상원의회 웃는놈 흑화사건 (이건 못 이김.. 너너무 섹시하게 나와) 외에 젤 좋은 게, 이 일련의 기만적 밀당이다.
초반에 저렇게 밀고 땡겨서 관객을 딱 제 걸로 만들어 놓고 시작해.
나같은 얼빠놈들 초장에 제압해서 '야 이 얼빠놈들아 너네가 가져본 적 없는 진짜 예쁘고 좋은 게 뭔지 알려주까?' 네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며니플렌 선생님.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셋업시켜 놓고, 달빛아래 홀로 서서 읊조리듯 노래한다.
내 얼굴을 원하는 그녀의 손길이 진짜일까. 무얼까 피할 수가 없었어. 그 순간 아련하게 들리는 내 숨결. 꿈이었을까.
희뿌연 조명과 어둑하고 초라한(초라하지만 비싼) 무대세트와 홀로 서있는 자그마한 몸집의 며니플렌. 며니플렌 내면에서 깨어나버린 최초의 욕망이 너무 예쁜 거지.
이게 진짜인지 의심하면서도, 영혼과 더불어 묶여버린 육체 제 얼굴의 상처를 가감없이 사랑한다고 하는 귀족을 탐내도 될까. 기회를 잡아도 되나.
이제 막 움트는 붉은 꽃을 보는 것처럼 떨리는 장면이었다.
처음 봤을 때는 슥 넘어간 장면 중에서 데이빗 경이랑 칼싸움하는 거 뭔데 존나 멋있지?
준면이 이거 또 배웠어? 방 이곳저곳을 휙휙 날라다니면서 칼날 휘어지게 챙챙챙 부딪히는데, 천하게 자라온 배우 나부랭이의 실력이 너무나 상급이었다.
방금 상원으로 임명 받았는데, 대대로 내려오는 공작 가문의 검법을 사사받은 기사 출신인줄. 갑자기 바닥에서 훅 날아서 침대 위에 선 데이빗경을
위에서 아래로 그림처럼 내려칠 때 혼란스러웠다. 저거는 제우스가 내리는 신벌인가. 이 성스러운 칼춤은 뭐지. 칼싸움조차 꼼꼼하게 배워서 저래 멋있게 연출해.
와 김준며이이 ㅠㅜㅠ 더라키 왈츠 배워서 지짜 왕자님처럼 상큼하고 고상하게 추는 거 보고 너무 예뻤는데, 칼싸움도 예뻐. 예뻐 쥬금 ㅜㅜ
상원의회 웃는놈 섹시 흑화 장면ㅋㅋㅋㅋㅋ
고작 두 번 봤을 뿐인데 있자나, 그 두 번 중에 오늘이 더 섹시했다? 이거는 일종의 반작용 같은 건데,
'경들, 부족함 없이 다 갖춘 분들. 나 여기 진실을 외칩니다. 간청드리고 연민에 호소하오' << 이 노래 부를 때 며니토끼가 단어 하나를 절었어.
순간 쫄았는데, 단어 하나 빼고 그 후론 완벽하게 불렀다. 근데 그 쫄림 때문이었을까?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느낌과 함께 심장 빨리 뛰고,
뒷목 확 더워져 있는 상태로 무대를 보니깐, 느낌적인 느낌으로 며니플렌도 아까의 당황 때문인지 좀 더 흥분해서 연기하는 것 같았따ㅋㅋㅋ
호흡도 약간 거칠고, 강약의 폭이 커지고, 눈빛이 더 미친놈의 세계로 가버린 느낌ㅋㅋㅋㅋㅋ 존좋ㅋㅋㅋㅋㅋ
영혼까지 까맣게 물들일 것처럼 끌어올려서 '최후의 웃는남자---' 폭발시키는데, 내 맥박 쿵쿵쿵이 귀로 들릴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와 망했다. 어쩜 이러지. 김준면 존나 멋있다 ㅜ 어떡하지. 사실은 아무것도 안 망하고 일상적으로 팬질할 뿐인데, 왜인지 그 순간만큼은 인생 조진 것 같았다ㅋㅋㅋㅋ
다음 주도 보러 감.
+
인생 조진 것 같은 흥분을 감당한 후에
그윈플렌이 데아를 곱게 안고 너울거리는 바다 속에 빠지고, 혹은 구름이 흐르는 밤 하늘을 날아가고
현실로 돌아와서 배우 김준면이 무대 위에 버티고 섰을 때 말이지.
늘 그렇듯 팬들의, 관객들의 함성이 엄청났다. 나도 환호하고 박수를 치고, 너무나 자랑스럽고 훌륭해서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데
그 와중에 이중적으로 기이한 안타까움이 생겨났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안타까움이 손톱만큼 스치고 지났다.
지금 환호하고 박수치고 준면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나는 뮤지컬 알못 엑소팬. 관객 중에는 나같은 팬도 있을 거고, 뮤덕이자 엑소팬인 사람도 있을테고,
웃는남자 전 캐스팅 마스터 하려는 뮤덕도 있을테고, 우연히 할인받은 티켓 사서 들어온 사람도 있겠지.
이 박수와 환호 속에서 나도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생각했다. 준면이는 뮤지컬 배우로 더 깊고 진지하게 평가받고 성장할 자격이 있는데 말이야.
엑소팬이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내 박수와 환호에는 극미량의 독성이 있어. 준면이처럼 강한 사람에게는 극복할만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준면이는 팬여러분을 정말 사랑하고, 그래서 언젠가 우리를 극복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에지간히 감동을 받은 건지 별 소리를 다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