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닷
지난 주 일요일에 엘리시온닷 보고 왔닷.
딱 하루였는데 다녀오니깐 왜 이렇게 일상이 고단할까? 아 너무 지겹따. 일요일 밤 세시간 반 동안의 시간 속에 갇혀서 쭉 살고 싶다.
이번주 일요일에 며니토끼 면윈플렌 보러 가니깬 쫌만 더 견뎌야지. 어제 첫공 후기 살펴보니 장난 아니었단다. 1막 놀람&감탄, 2막 눈물로 게임 종결시켰다매. 성량 폭주에 연기 폭발 사실일까? 사실이겠지만, 일단은 차분한 기분을 유지하며 웃는남자 원작을 읽기로 한다. 종이책 사놨는데 누워서 읽기에 너무 무거워가지구 전자책으로 다시 샀다. (리디북스 할인해서 2200원) 토요일까지는 읽을 거야.
다시 콘서트. 본무대 가까이로 간 건 아씨유를 보기 위해서 였다. 기대한 건 내가 알던 '그' 퍼포먼스일 따름이었는데, 첫날부터 크롭티에 이튿날은 씨스루, 막날은 맨몸멜빵으로 기대치를 가볍게 뿌셨다. 심지어 그 무대를 위해 본인이 고심해서 고른 옷이라고 해. 얼빠진 얼굴로 무대를 볼 수 있는 시간도 쫌 늘었어. 모든 것이 절묘했다. 종인이의 무대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춤을 잘 춰서이기도 하지만, 욕망의 틀에 딱 맞는 모양의 조각이 운석처럼 날아와 냅다 꽂히는 절묘한 감각 때문이기도 해. 평소에는 그걸 원하는지도 몰랐다가 눈앞에 닥쳐서야 퍼뜩 깨닫는다. 이거다, 이거야.
최초에 봤던 엘리시온 서울콘 아씨유는 번뇌하는 천사, 그 해 연말에는 번뇌를 탈피한 악마, 그리고 최종진화 엘리시온닷 버전은 지나치게 세속적이었다. 아니 그걸 보는 나만 속된 마음을 품었는지도 모르겠어. 어떤 그림의 제목인 세속적 쾌락의 동산이 떠올랐다. 그 그림은 뭐라더라 지상과 천국과 지옥의 환영을 보여준다는 다소 징그러운 그림이었고, 제목이 멋져서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화가라면 엘리시온닷의 아씨유를 그림으로 그려서 세속적 쾌락의 무대라고 했을텐데. 무대 위 격정적인 움직임을 보는 순간엔 딴 생각 없이 이거다 이거다 이거다, 그 순간이 지나자 이거는 그거구나. 내 세속적 쾌락의 틀에 딱 맞는 조각. 제자리가 어딘줄 정확히 알고 마음에 짝짝 붙는다.
난 종인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무대 위 빛 아래에서 나긋나긋하게 읊조리는 투로. 그래서 첫콘 중콘 때 유치하게도 세속적이게도 그 단어를 더듬어 찾았어. 진짜 바보 같은 일이지. 맨날 사랑한다고 하면 그게 사람인가? 드물게 해야지 절절하고 예쁜걸. 어리석은 나는 세속적 쾌락의 시공간에 들고 싶었던 것 같아. 마지막의 마지막에 종인이는
아버지 사랑합니다.
사랑한다 엑소엘!
종인이는 정말 아름다운 친구야.
내 속된 마음을 부끄럽게 하지만, 한편으로 더욱이 속되게 만든다.
엑소엘은 언제나 우리 엑소를 이뿌게 봐주구
멋있어 해주구 다 사랑해주니까
그런거에 안주하지 않고 쪼꼬만 실수가 있더라도 귀엽게 봐주시고 지짜 엑소엘 평생갈 수 있도록 제가 더 노력하구 멋진 무대 꼭 보여줄게! 사랑한다 엑소엘!
달콤하다 달콤해. 세상 사랑스럽다.
지금 딱 저 멘트 복습하면서 별루 안 속된 사랑을 느꼈다! 아주 고상하고 특별하고 고차원적인 공간에 영혼을 두고 몸만 세속적인 보물아가. 내가 너를 봤는데, 안 사랑할 수 있을까? 너무 사랑하지. 사랑하는 김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