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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란 행운 마치 실낱 같은 확률 속에 맘을 던지게 해 날

글썽 2016. 8. 18. 20:24


저 가사 묘하다. 눈으로 읽으면 내 팬심과 똑같애서 설레는 가산데,

발음해보면 아랍어로 된 기도문을 읽는 듯한 괴리감이 든다. 언어의 해체를 느낄 수 있달까?

그 괴리와 해체 속에서도 열이오빠가 겁나 까리한 건 알겠다.

또 마음에 드는 점은 내가 좋아하는 단어들이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오바하고 있다는 거야.

행운, 실낱, 확률, 마음, 던지다, 너, 나. 저마다 뜨끈한 열기를 품은 단어들이 아닌가. 저 오바스러운 피동 화법도 내가 즐겨 쓰는 거.

나를 자꼬만 뭐뭐하게 해! 아이 참! 주체가 강력한 매력을 가진 것처럼 묘사되고, 약간 섹시하기도 하고. 넌 날 뭐뭐하게 할 정도로 강력해. 꺅


노래 처음 들었을 때는 미래에서 온 엑소로이드가 부른 줄 알았다. 귀랑 노래랑 친해지길 기다리며 잠들었는데, 아침이 되자 굴복하고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취향과 무관하게, 난 항상 엑소한테 져. 지도록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습 이건 약간 좀 그런데 싶던 것도 분해 흡수 과정을 거쳐 내꺼가 된다. 내꺼...


내꺼라고 쓰니까 내꺼아가 생각나서. 풀네임 김종인내꺼보물아가. 세상 무너진마냥 슬프지도, 정신 빠진 것처럼 괜찮지도 않고

머랄까. 지렁지렁하다. 언젠가부터 생겨난 수건이 있었는데, 뭇 수건들이 그렇듯 그 수건도 어느 공장에서 홍보 목적의 문구가 프린팅되어 태어났겠지.

근데 어쩐 일인지 그 수건에 지렁이 눌러서 책갈피 만든 것 같은 모양이 인쇄되어 있어서 세수하고 얼굴 닦을려 할 때마다 놀래서 욕을 하게 되었다. 앗시발 깜짝이야 워시발 놀래라.

그 지위를 강등시켜 발 닦는 수건이가 되었는데, 여전히 놀래서 욕이 나왔다. 놀랜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만히 문구를 읽어본다. 신장개업 뿅뿅 꼼장어, 뭐 그런 글자.

지렁지렁하다 진짜. 아스팔트에 널부러진 지렁지렁은 간절하게 간절하게 흙이 필요했다. 슬프지도, 괜찮지도 않은 기분으로 책갈피가 되는 건 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