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썽 2016. 8. 14. 00:10














아 너무 덥다. 그래서 에어컨 펑펑 켜고 집에서 테레비랑 책만 본다.

나가기도 움직이기도 싫어서 카페 음료를 시켜먹었는데, 배달 온 친구가 문 틈 새로 찬바람을 쏘이며 '햐 시원하다' 중얼거렸다.

배달 수수료를 내는 거긴 했지만, 약간 미안하구 귀여웠다. 앞으로 얼음물이나 먹어야지. 순박큐티 알바 친구 고생시키지 말고.


내 동생 92는 공무원 필기시험 합격하고 면접 준비 중인데, 1배수로 뽑힌 거라 별 긴장감은 없어보인다.

그리고 젟스키스에 빠졌다. 엣스지워너비의 오랜 팬인데 뜬금없이 젟스키스는 뭐야. 개연성 떨어지는 환승루트라서 당황했지만,

일단 그분들도 아이돌은 아이돌이니깐 다 같은 더쿠로써 따뜻하게 환영해주었다. 젟스키스는 나 초딩 저학년 때 인기 아이돌이었는데, 이제와서 92를 감화시키다니.

근데 잘 생각해보면, 개연성이 완전히 떨어지는 건 아니다. 나 중딩, 걔 초딩 때 주말에 맨날 오락실 가서 나는 동전노래방, 걘 펌프를 했다.

그때도 펌프는 한 물 간 게임이었는데, 아무도 하는 사람 없고 걔만 그걸 했다. 그것도 미친듯이. 아마 그때 밟았던 스텝의 쾌감이 각인되지 않았나 싶다.

92의 뇌속에 오래 잠들어 있던 젟스키스 노래의 선율, 딱딱 맞아 떨어지던 스텝이 공무원 공부의 고통과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 하나의 늦더기를 만들어낸 것이겠지.

너덜너덜한 화질의 영상을 보고 치아를 한껏 드러내며 웃다가, 왜 이때 몰랐을까 한탄한다. 그거야 당연히 몰랐겠지. 한창 유치원 가기 실타고 떼 쓰던 시절에 젟스키스고 뭐고.

이번에 젟스키스 콘서트 하잖아. 경이로운 늦더기의 탄생에 내가 괜히 고무되어서 막 티켓팅 해주고, 연석 잡아서 같이 가기로 했다.

티켓팅하다가 쫌 상처 받았다. 체조1층을 연석으로 갈 수 있다니... 물론 5분만에 매진되었다고 하고, 못 구한 사람도 많은 인기쟁이 콘서트였지만, 체조1층을 연석으로 갈 수 있다니.

엑쏘 세계에서는 티켓팅 바보멍청이었던 나를 고도로 훈련된 티켓팅 마스터처럼 우러러 봐줘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