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솔루션 닷, 첫
좌석에 앉아서 봤는데 왜 이래 몸이 뻐근한가 했는데, 에리디봉 3시간 흔들기엔 진짜 무거워ㅜㅜ 흔드는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어깨와 팔이 저려와.
뜨순 물로 샤워했는데도 아퍼서 어깨 옹송그리고 키보드 눌르는 중 ㅠㅠㅜ역시 몸이 좀 아퍼야 제대로 팬질한 느낌이지. 콘서트 전엔 정신이 뒤숭숭했다.
약속이 있어서 예정보다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며 바나나초코주스를 쪽쪽 빨아먹고 있었는데, 인터넷에 누가 티켓 놓고 왔다는 글을 쓴 거야.
와 제정신이신지? 어떻게 티켓을 놓고 오지?? 콘서트 오면서?? 티켓 들고 왔나요, 여기로 여기로 줄을 서봐요, 라는 노래도 모르나??
우울하던 차에 그래도 피싯 웃었는데, 벼락처럼 내 책상 한켠에 있는 빨간색깔 책이 생각났다.
냄비받침 전용으로 쓰이는 뱀파이어 걸작선 거기에 티켓 세 개를 꽂아둔 기억만 나고, 빼낸 기억이 안 나. 와 미친, 돌은 건가? 이런 적은 또 처음이었다.
내 멍청함 때문에 약속 미루고, 8시 직전 느즈막히 공연장에 도착했다.
내 자린 36구역으로 모든 무대와 좌석을 굽어 살펴 하느님마음을 체험할 수 있는 좌석이었는데, 콘서트 다녀온 지금 생각으론 진짜
팬질에도 수호천사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엑소 친구들 망원경에 꾸기꾸기 집어넣을 생각만 했지, 쌩 눈으로 가까이 볼 생각은 감히 하지도 않았단 말이야.
근데 엑소는 고척돔콘에서 얘기한 꼭대기층으로 찾아가겠다는 약속을 찰떡같이 지키더라. 우래기들처럼 팬 위해주는 가수가 세상천지 있을 수는 있겠지만, 많진 않을 것 같다.
체조 1층 1열이라는 건, 신이 내리거나, 에셈이 내리거나 해야 얻을 수 있는 거고, 그냥 1층이어도 콘크리트 급으로 다른 자리와 교환이 되지 않거든.
그만큼 메리트가 있는 자린데, 생각지도 못하게 2층에서도 잘생기구 귀엽구 예쁘구 천사같구 톡 까논 달걀 같구 토끼 같은 내새끼 잘 키운 멈무이
내 보물인 친구들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ㅠㅠ 수식이 겁나 긴데, 너무 오랜만에 가까이 보니까ㅠㅠㅠㅠㅠ 감격해서 눈물 날 뻔 했다거 ㅠㅠ
어쩜 여전히 테레비나 전광판이랑 똑같이 생겼으면서도, 따뜻하고 정겹게 느껴지는지. 선녀님들인줄 알았써.
처음 중독 히스토리에서 종인이가 의자에 앉은 채 바닥 구멍으로 오르락내리락할 땐, 저렇게 할 모양이구나,
갑자기 저렇게 만들어준 사람들도, 종인이도 고생이 많다고 생각했지. 근데 멘트할 때 목발 짚고 나타나자 진짜 너무ㅜㅜ 내가 속상한 건 다섯번째여섯번째 얘기고,
사랑하는 보물아가 얼마나 마음 아팠을지 모르겠어.
멤버들한테 미안해하는 것도 안쓰럽고, 이리저리 바꾼다고 애썼을 멤들이 괜찮다구 종인이 토닥토닥해주는 걸 보니까 어찌나 마음 저리던지ㅠㅠ
종인이가 마음이 아팠다고 얘기해줬는데, 차라리 고마웠다. 살면서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을 때가 너무 많지만, 그게 안 될 땐 위로받고 싶을 거잖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게 해주니까 감사해.
진짜 착하고 좋은 친구들. 어떤 상황에서든 배려할 자세가 되어있고 마음이 커다란 친구들 ㅠㅠ 남은 이틀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세훈이가 추는 베돈크를 봤다. 작년 화이트데이날 콘서트 때 봤을 땐, 와 역시 세훈이 잘 해, 세훈이 멋쪄. 왕자님이야. 저 정도면 인어공주 살려낼 수도 있겠어.
인어공주가 차마 눈을 감지 못할 비주얼이야.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엔 그 춤 어딘가 약하고 부드럽고 슬픈 감정이 묻어있는 것 같았다.
내 마음 어딘가 약하고 슬퍼져 있어서 그런가. 사랑에 빠진 사람 중에서 안 되는 걸 알아도 끝까지 가는 사람의 망가진 결기처럼 느껴졌어.
작년엔 쟁취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번엔 너무 슬펐써.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걸 보면은 세훈이 무대연기가 대단하지. 그래서 남은 콘도 세훈이 춤 열심히 봐야겠다.
D도 C로 바꿔먹었는데, 남김 없이 봐야지. 아... 근데... 지금 번뜩 드는 생각이, 설마 이번엔 반대편에서 하나? ... 한 쪽이 너무 비는데ㅠㅜ
그럼 머 ㅜ 볼 수 있는 걸 봐야지.
엑소한테 동물 옷 입힐 생각을 하다니ㅠㅠㅠㅠ 천재! 천사! 신! ㅠㅠㅠㅠ 갖은 인형을 만들어내며 판타지를 충족시키려 애쓰던 에리여러분의 염원이 엑소에게 닿은걸까?
며니토끼는 자신이 토끼임을 인정하는 토밍아웃에 이어, 실제 토끼가 되었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토끼 ㅠㅠㅠ ㅌ 토끼 귀가 ㅠㅠㅠㅠ 하얗고 ㅠㅠㅠㅠㅠ 털이 ㅜㅜ 보송보송하거ㅠ
뺨은 피치색깔로 반짝거리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는 진짜 전체관람가 콘서트에서 너무 한 거(??) 아니냐구 ㅠㅠㅠㅠㅠㅠ 며니토끼는 리더토끼에 상우토끼면서
아이돌토끼도 잘하고, 애교토끼랑 예쁜토끼도 잘하면 어떠케?? 깡총깡총 무대를 누비며 톢끼 하얗고 부드럽고 말랑해 보이는 귀를 아주 자유자재로 접었따 폈다 하면서 초토화시키던데
올해 들어서 근 석달 동안 그만큼 귀여운 걸 본 일이 없어 ㅠㅠㅠ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 준면이가 진짜 토끼가 되는 거는 꿈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실현됨 ㅠㅠㅠㅠ
막 인사하는 척하면서 새초롬하니 토깽 귀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거 ㅠㅠㅠ 토끼짓 쩌러 ㅠㅠㅠ 하ㅠㅠㅠㅠㅠㅠ 남은 콘에서 이걸 또 볼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하다.
어린이 친구들이 롯데월드 같은 데서 퍼레이드를 왜 그렇게 좋아할까, 난 애기 때 그런 거 무섭기만 하고 싫던데, 의아했었는데, 이제 알겠다.
어린이들은 동심이라는 판타지를 퍼레이드나 인형탈로 충족시키는 거겠지? 꿈에서 동화 속 친구들과 친구 먹다가, 그 친구들을 현실에서 만나면 얼마나 반갑겠어.
고작 동물 잠옷 하나 껴입었다고, 심장이 막 ㅠㅠㅠ 터질 것 같고 ㅠㅠㅜㅜㅜ 귀여움에 몸서리가 쳐지는데, 나보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어린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동심 한 조각 훔쳐서 내 마음이랑 막 섞어서 며니토끼토끼랑 만나고 싶당 ㅠㅠㅠㅠㅠㅠㅠ 꿈의 토끼 ㅠㅠㅠㅠ 완전 내꺼 ㅠㅠㅠ 실물 사이즈로 대량 생산해서 나한테 하나 줬으면 ㅠㅠ
소유욕 퍽발 ㅠㅠㅠㅠㅠㅠㅠ
콘서트 시작 전, 나는 나랑 한 가지 약속을 했어. 이번엔 공룡되지 말구, 함성은 되도록 듣기에 거슬리지 않는 적절한 음량의 가성으로 지르며 속으로 즐기자.
감기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목이 따끔따끔한데 여기서 공룡스타일로 해버리면 진짜, 도쿄돔 끝났을 때처럼 목소리 없는 사람 돼버린다고 ㅠㅠ
콘서트 다녀와서 목소리 사라졌다고 소문난다고 ㅠㅠㅠ 하다 못해 편의점에서 까까랑 맥주 살 때도 계산해주세요, 라고 목소리를 내야하는데, 목소리 없는 사람 티내면서 꺾꺽거리면
계산하는 사람이 혹시 엑소콘서트 다녀와서 저렇게 된 건 아닐까, 속으로 의심할 것 아냐. 부끄럽게! 그래서 진짜 이번엔 결심을 했는데, 망했다.
난 진짜 목소리 큰 사람이 아니고, 어릴 때 비염을 앓아서 이비인후 전체가 약한 사람인데, 나랑 콘서트 같이 가는 사람은 나처럼 목소리 큰 인간 처음 본대.
이번엔 양 옆자리에 일본인 팬과 이모뻘 팬이 앉았는데, 일본에리는 어쩐지 신나하는 것 같았지만, 이모에리는 끝끝내 한쪽 귀가 멀지 않았는지 체크했어 ㅠㅠㅠ 너무 창피해 ㅠㅠㅠ
뱃속에 공룡이 들어 앉았나... 그럴 거면 나한테 튼튼한 성대를 주셨어야지, 왜 충동과 흥만 주시고 성대를 안 줬어여? 이대로 계속 하다가 목소리 없어지면 부끄러워서 어떻게 출근해?
근데 나는, 엑소 친구들이 너무 열심히 하니까, 저절로 응답하고 싶고 그렇다. 정말 열광적으로 응해주고 싶어서 그래.
물론 발라드 할 때 멤버 콜하는 관크는 절대 아님 ㅜ 그런 공룡 아니야
우리 종인이 얘기 하자. 공룡 얘기 말고. 36구역 정말 좋은게, 정중앙이라 멤들이 토롯코 타고 오는 걸 쭉 지켜보다가 바꿔 탈 때 구경할 수 있어.
멤들이 으차으차 빵빵이 바꿔탈 때 보물아가는 거친 잡초 사이 피어난 애기꽃처럼 거기 가만히 기다리는데, 그것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단다.
종인 왕자님은 너울너울 해초처럼 손을 뻗어오는 에리분들 일일이 터치해주며 자애로운 미소를 잃지 않으신다. 간혹 그런 왕자님에게 혹해서 손을 안 놔주는
파리지옥이나 끈끈이주걱풀 같은 손이 있다던데, 그건 아니지. 보기만 해도 닳을 것 같아서 살살 보는구만, 왕자님의 자애로운 성정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소중하면 애껴줘야지 ㅠㅠ 그냥 개인적인 생각인데 난 만에하나 하이터치나 프리허그나 그런 이벤트가 돌아와도 응모 안 할려구. 2012 때는 그런 게 좋기만 했는데,
지금은 내 손은 몇만명의 손일까, 너무 많은 사람 손이랑 하이파이브 해서 그 때 엑소 친구들 손 마니 아펐겠다. 2012년에는 너무 나대서 곤란하게 했지.
괜히 그런 알량하고 쓸데없는 생각이나 들고 ㅋㅋㅋㅋ 그저 잡을 수 있는 손을 열심히 잡아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그애 다정한 미소가 너무 좋다. 내 손이 아니어도 따뜻하당.
나는 정말 단순하고 신경이 무딘 사람이야. 콘서트 전엔 괴로워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종인이 웃는 거 한 번 보니까 괜찮을 거야,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목발 짚고 나왔을 때는 겁이 더럭 나고, 눈물 찔금 나고 그랬지만 그건 비주얼이 그래서 그런 거고, 이번 콘서트 무사히 마치고 나면 최선을 다해서 쉬겠지.
내 멘탈은 고무로 만들어진 걸까. 안 부서져.
종인이 초 귀여웠던 거 두 개 말해야지. 하나는 더스타할 때, 바닥 구멍으로 오르락내리락을 했는데, 하도 오르락내리락을 하니깐 헷갈린 건지 아님 오류가 있었던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구멍 속에서 위를 빼꼼 쳐다봤던 거 ㅠㅠㅠㅠㅠ 열이 형아 춤추는 데 종인이는 구멍 속에서 뺴꼼이라니 ㅠㅠㅠ 동화 속 앨리스 같아써. 귀여운 그림이었다.
그리고 싱포유 할 때 무대 모양이 조각케익처럼 나눠져 오르락 내리락을 했단 말이야. 근데 다른 무대는 다 내려갔는데, 종인이가 올라탄 조각케익만 안 내려와서
난 종인이가 조각케익 데코레이션인 줄 알았지. 종인이 딸기나 초코 아니야? 싱포유 종인이 파트도 너무 듣기 좋더라. 감정 풍부하게 실어서 그 짧은 순간에 집중해서 불러주더라.
근데 너무 ㅠㅠㅠ 딸기나 초코 같은 달콤한 케익 장식처럼 생겨서 귀엽기도 하고, 마지막에 혼자 케익 위에 떵그라니 있을 땐, 종인이 부분만 빼고 다 냐남얌 먹어 치워선
작은 조각 위에 앉은 종인이를 꾸와아아악 안아주고 싶더라. 물론 진짜 말고 마음으로ㅎㅎㅎㅎ
나비소녀 출 땐 본무대 쪽으로 앉아있어. 상체로만 춤추는 종인이 보면서 등허리 움직임 보는 것 만으로 묘하게 만족이 되더라.
이 말도 언젠가 했던 것 같은 기시감이 들긴 하는데, 앞뒤옆은 물론 거리 별로 씹어먹듯 감상해야하는 예술이지. 종인이 몸속에는 춤이 시냇물이나 강물이나 폭포처럼 흘러다니나보다.
봄에 흐르는 시냇물이 우리 종인이 등허리에 졸졸 흐르고, 머릿속 몸속 등허리와 손끝까지 내리고, 한껏 가려진 작품을 보는데 속엣것을 훔쳐본 느낌이 들더라. 꺅.
플보에서는 의자 돌려서 앞을 보고 역시 상체만 춤을 췄다. 내가 콘서트 직전까지 플보플보 노래를 불렀잖아, 이런저런 상황이니 마음 접었는데
플보에서 내가 혹했던 거는 춤도 춤이지만 종인이랑 세훈이랑 무대 연기가 너무 좋았거든. 왜 작가들이 글쓰기 전에 자료조사 하고, 등장인물들의 배경을 꼼꼼하게 설정해두는 것처럼
이 친구들도 물샐 틈 없이 자기 공간을 만들어둔 것 같았다. 관객과 한 공간에 있지만, 조명을 경계로 안과 밖은 공기의 밀도가 다르잖아. 자기들만 여유 있고, 대상에게는 여유를 안 주고,
불장난 쎄게 하고, 치고 빠지고, 네라고만 말하도록 불공평한 동의를 구하고, 네 그래요할 때까지 말도 안 되게 유혹하는 거. 그걸 앉아서 표현하니까 색다르게 섹시하더라.
이런 말 좀 많이 오바쟁이 같지만, 뭐 좀 앉아있다고 너네가 나한테 안 넘어올 것 같냐는 도도함이 휘어진 눈초리 입꼬리에 매달려있는 것 같았다.
플보플보거리며 안달하던 마음이 확 달아나고, 내일도 김종인 앉아서 플레이보이 추는 거 보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났어. 종인이가 좋아서 앉아서 하는 것도 아닌데.
난 진짜 나쁜 가봐 ㅠㅠ 좋은 팬은 아니야.
근데 종인이는 정말 좋은 가수야. 끝멘트 때 그랬지, 새로운 경험이었고 관객의 입장을 이해할 것 같다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종인이는 어딘가 소년처럼 감성적인 구석이 있어서, 으레 짐작하길 마음이 여리고 섬세해서 쉽게 아파질 것만 같지. 근데 그거는 말 그대로 짐작이고
상상일 뿐이니까 단정지으면 안 될 것 같다. 짐작할 수 없고, 누군가 알아서도 안 되는 영역에서 종인이가 정말 강할 수도 있지.
그래서 나를 정말 오랫동안 행복하게 해줄 수도 있지. 그러면 좋겠다고 상상만 해도 기분이 정말 좋다.